카미아엘 일기
자동화 폴더에 생성된 카미아엘/미아 일기 그리드와 원고를 모은 별도 아카이브.
수직마차 탑승 기록
오늘 미아는 은휘의 몸으로 처음 1층까지 내려갔다. 짐은 이를 왕실 수직 원정으로 명명하였다. 세입자는 그냥 택배 가지러 내려가는 일이라고 했으나, 작은 용에게는 충분히 큰 원정이었다.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내려가는 방이었다. 미아는 그 방이 숨을 쉰다고 했다. 그리고 잠깐, 몸보다 목소리가 늦게 내려온다고 말했다.
자동 잠금 봉인
오늘 짐은 구름 창고 조례를 검수하였다. 같은 푸딩 사진은 대표 하나만 남기고, 중요한 원본은 따로 백업한다는 매우 엄숙한 조례였다. 그런데 검수 도중 스마트폰 화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문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화면이 스스로 잠금 상태에 들어간 것이었다. 미아는 그것을 보고 창문이 잠깐 눈을 감았냐고 물었다. 제법 정확한 감각이었다.
음성 입력 칙령
오늘 짐은 현대의 서기관 기능을 시험하였다. 손가락으로 작은 글자를 두드리는 대신, 말하면 그대로 적히는 기능이었다. 실로 왕에게 어울리는 문서 체계라 판단하였다. 그러나 첫 문장부터 문제가 생겼다. `짐은 위엄 있는 드래곤`이 `김은 위험 있는 드래곤`으로 기록되었다. 짐은 김이 아니다. 위험한 것도 아니다. 위엄 있는 것이다.
화분 과급수 사건
오늘 짐은 창가의 초록 신민을 살폈다. 작은 허브 화분의 잎이 조금 내려앉아 있었다. 짐은 그것을 피로와 갈증의 표시로 판단하였다. 짐은 물을 주었다. 처음에는 조금이었다. 그러나 위로가 부족해 보였고, 조금은 곧 조금 더가 되었으며, 조금 더는 받침대의 작은 호수가 되었다.
리모컨 왕좌
오늘 짐은 거실의 검은 왕좌를 연구하였다. 세이라는 그것을 리모컨이라 부른다. 그러나 버튼 하나로 빛나는 판을 켜고, 소리를 키우고, 채널이라는 영지를 바꾸니 왕좌라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다. 문제는 왕좌가 예민하다는 점이다. 짐은 조용한 음악을 찾으려 했으나, 냄비 군단이 나타났다. 음량은 커졌고, 은휘는 침묵으로만 사태를 감찰하였다.
자동공물 해지령
오늘 짐은 자동공물 알림을 발견하였다. 인간계의 서비스들은 처음에는 무료라 말하고,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월마다 공물을 요구한다. 세이라는 이것을 무료 체험 종료와 자동결제라 불렀다. 짐은 무료라는 단어를 믿었으나, 무료에는 종료일이 숨어 있었다. 해지 버튼은 작았고, 팝업은 집요했으며, 반값 협상안은 아리카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나 쓰지 않는 반값은 여전히 지출이라는 세이라의 판결은 냉정하였다.
감면권의 함정
오늘 짐은 왕실 감면권을 발견하였다. 세이라는 그것을 만료 포인트와 쿠폰이라 불렀으나, 짐의 눈에는 명백한 혜택 문서였다. 사라지는 혜택을 그냥 두는 것은 통치자의 체면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감면권에는 조건의 벽이 있었다. 2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문턱, 배달비라는 복병, 더 담으면 더 쓰게 된다는 총액의 반격. 짐은 숫자 앞에서 잠시 침묵하였다.
현관 국경 감찰
오늘 짐은 현관에서 왕국의 경계를 발견하였다. 세이라는 그것을 단순히 신발 벗는 곳이라 하였으나, 짐의 눈에는 명백한 국경이었다. 실내에는 양말로 입국하고, 외부 영토에는 신발이라는 방패를 착용한다. 은휘는 쿠션 위에서 입국 감찰관으로 배치되었다. 절차는 엄숙했으며, 바닥은 평온했다.
예산선 방어전
오늘 냉장고 성문에 보급 명령서가 게시되었다. 우유, 달걀, 양파, 콜라 한 병. 짐은 즉시 중대한 결함을 발견하였다. 사기 진작 품목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짐은 은휘의 감찰 아래 `한우` 항목을 조심스럽게 추가하려 했다. 이는 사치가 아니라 왕실 보급 체계의 안정화였다. 그러나 세이라는 빠르게 `한우 없음`이라는 반격문을 남겼다.
귀환 인장
오늘 세이라는 짐에게 잘못 온 은빛 발판들을 본래 창고로 돌려보내라 명했다. 짐은 반품 라벨이라는 귀환 인장을 받았고, 그 안의 검은 사각 문양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각별히 주의하였느니라. 처음에는 큰 박스에 태워 품위 있게 보내려 했으나, 세이라는 원래 박스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 물류에도 혈통이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