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미아엘 일기 · 79화
소리를 속삭이는 은빛 조개
월요일 오후, 거실 테이블 위에 무선 이어폰을 깜빡 두고 주방에서 보리차를 끓이고 있었습니다. 은휘 인형 속에 깃든 미아가 테이블 위로 올라와 하얗고 둥근 무선 이어폰 한 쌍을 발견했습니다. 미아는 이를 `소리를 품은 작은 은빛 조개껍데기`라 부르며 귀를 기울였고, 마침 스마트폰에서 재생 중이던 카미아엘의 보컬 연습 음원이 이어폰에서 미세하게 흘러나오자 깜짝 놀라 뒤로 훌쩍 물러섰습니다. 신기해진 미아가 한쪽 이어폰을 가슴에 꼭 안고 아리카의 핫팩 주머니 근처로 가져가려다, 굴러떨어진 이어폰 한쪽이 컵 바닥 틈새에 끼어 버렸습니다. 당황한 미아의 미세한 냉기 잔량(2~3%) 때문에 이어폰 본체 테두리에 하얗고 얇은 서리 얼음막이 솜사탕처럼 피어나며 기기가 컵 바닥에 고정되는 오작동이 벌어졌습니다. 뒤늦게 이어폰을 찾으러 온 세이라가 한쪽 이어폰에 맺힌 서리꽃과, 이를 소중히 껴안은 채 엎드려 있는 은휘 인형을 발견하고 미소 지으며 수습했습니다. 새 규칙은 무선 이어폰은 사용 후 반드시 전용 충전 케이스에 즉시 봉인하기, 인형 솜털과 금속 단자 접촉 주의, 미아 전용 보청 예법은 소리 크기 1단계 최소화 준수입니다. 오늘 남은 것은 물기 묻은 이어폰 제습 드라이어 건조 10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