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미아엘 일기 · 78화
쓰러진 책들의 방
일요일 오후, 서재 책상 위에 무거운 철제 태블릿 거치대와 두꺼운 캐릭터 설정집 대본들을 촘촘히 꽂아 두었습니다. 그 맨 뒤에 아주 얇고 가벼운 링 메모장 한 권이 구석에 끼어 있었습니다. 은휘 인형 속에 깃든 미아가 책상 위로 모험을 떠났다가 이 광경을 발견했습니다. 미아는 무거운 철제 거치대를 `무거운 쇠붙이 수호 방패`, 얇은 메모장을 `방패에 눌려 부들부들 떠는 작은 잎사귀 책`이라 부르며, 잎사귀 책을 구출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손바닥 크기 은휘 인형의 짧은 발로 낑낑거리며 설정집 틈새에 손을 뻗어 메모장을 빼내려 힘을 주다가, 미아의 미세한 냉기 잔량(2~3%)이 작동해 거치대의 회전 조절 레버 나사에 서리 성에가 끼어 꽁꽁 얼어붙는 오작동이 벌어졌습니다. 레버가 완전히 고정되어 굳어버렸지만, 미아는 끈기 있게 메모장을 쏙 빼내는 데 성공해 가슴에 품고 개선장군처럼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세이라가 굳어버린 거치대 나사와, 얇은 메모장을 품에 꼭 안고 당당하게 서 있는 은휘를 보고 헛웃음을 지으며 은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새 규칙은 책상 위 무거운 금속 거치대 레버는 반드시 잠금 상태 확인, 인형 이동 시 서재 구석 낙하 주의, 미아의 왕실 도서 구조 예법은 안전거리 15cm 확보입니다. 오늘 남은 것은 얼어붙은 거치대 나사 헤어드라이어 해동 12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