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군주께 보고합니다
1인칭 소설 · 6화

루미엘의 기록

루르크우드의 핏빛 축제 6

구출은 끝이 아니었어요.

델피 씨를 오크들 손에서 빼냈을 때, 저는 아주 잠깐 모든 일이 끝났다고 믿고 싶었어요.

새벽이는 하늘 위에 있었고, 저는 안장 위에서 델피 씨를 붙잡고 있었어요. 델피 씨는 재갈을 문 채 제 몸을 꽉 잡고 있었어요. 손가락이 아플 만큼 세게요. 아래에서는 에일린 언니와 칼트가 오크 뚱보들 사이에 남아 있었어요.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기도뿐이었어요.

"빛님, 무서워도 손을 놓지 않게 해주세요. 저 사람도, 아이도, 오늘을 지나가게 해주세요."

오늘을 지나간다는 말은 쉬워 보이지만, 어떤 날은 하루를 지나가는 일만으로도 너무 큰 임무가 돼요.

오크 뚱보들은 저희가 델피 씨를 빼내자 비명을 질렀어요. 발음은 뭉개졌고, 혀는 둔했지만, 뜻은 알 수 있었어요.

잡아라.

바르그님께 용서받아야 한다.

그 말에 저는 등골이 서늘해졌어요.

델피 씨는 그들에게 사람이 아니라, 용서받기 위한 물건처럼 보였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바칠 것. 누군가의 화를 달래기 위해 다시 끌고 가야 하는 것.

저는 그 생각을 지우려 했어요.

아니에요.

델피 씨는 사람이에요.

행복이를 품은 사람이고, 돌아가야 할 방이 있는 사람이고, 지금 제 허리를 잡은 손으로 아직도 살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에일린 언니가 아래에서 외쳤어요.

"루미엘! 더 높이!"

저는 새벽이의 고삐를 잡고 말했어요.

"위로, 위로!"

새벽이는 발굽으로 허공을 찼어요. 숲이 아래로 내려갔고, 모닥불의 불빛이 작아졌어요. 오크 하나가 새벽이를 치려고 뛰어올랐지만, 뚱뚱한 몸은 겨우 한 발쯤 떠올랐다가 우스꽝스럽게 넘어졌어요.

무서운 장면 속에서도 이상하게 웃긴 순간이 있어요.

하지만 웃지는 못했어요.

에일린 언니는 이미 붙잡혀 있었으니까요.

붙잡힌 사람

오크의 손은 끈적했어요.

손가락마다 점액이 묻어 있었고, 에일린 언니의 갑옷에 달라붙었어요. 언니는 착지 자세에서 피하려 했지만, 공중에 뜬 바로 그 순간 잡혀 버렸어요.

붙잡힌다는 것은 몸의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마음 안쪽까지 좁아지는 일이에요. 도망칠 방향이 사라지고, 손목이 자기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숨이 짧아져요.

델피 씨도 방금 전까지 그렇게 있었겠지요.

그래서 저는 아래를 향해 빛을 쏘았어요.

"빛님, 붙잡힌 사람에게서 저 손을 떼어내 주세요. 끌고 가는 힘보다 돌아오는 힘이 세게 해주세요."

빛은 오크를 밀어냈고, 에일린 언니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어요. 한 손으로 붙잡힌 상태에서도 깃창을 밀어 넣어 다리를 걸었고, 오크는 균형을 잃었어요. 손이 놓였어요.

칼트는 그 사이 거대해져 있었어요.

모닥불 한복판에 발을 디디고도 집중을 놓지 않았고, 큰 검으로 오크의 팔을 노렸어요. 처음에는 오크가 낄낄 웃었지만, 그 웃음은 곧 사라졌어요. 손 하나가 얼어붙으며 잘려 나갔어요.

저는 속으로 히익, 하고 숨을 삼켰어요.

치유하는 사람이 이런 장면을 무서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었어요.

그때 도끼 하나가 하늘로 날아왔어요.

저를 향해서였어요.

새벽이가 발굽을 들어 그 도끼를 쳐냈어요.

"새벽이. 다치면 안 돼!"

새벽이는 마치 알아들었다는 듯 늠름하게 버텼어요. 말은 말을 하지 못하지만, 가끔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마음을 보여 줘요.

델피 씨는 제 몸을 더 세게 잡았어요.

"으아앗! 흔들면... 큰일나요!"

저도 무서웠어요. 델피 씨도 무서웠어요. 새벽이도 분명 무서웠을 거예요.

그런데도 우리는 하늘에 있었어요.

무서움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떨어질 수 없어서요.

다시 메워지는 상처

오크 뚱보들의 몸은 이상했어요.

상처가 생기면 고름이 차고,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왔어요. 에일린 언니가 찌른 곳도, 제가 빛으로 태운 곳도, 칼트가 헤집은 곳도 다시 메워지려 했어요.

에일린 언니가 말했어요.

"어중간한 공격은 다시 회복하고 맙니다!"

그 말 그대로였어요.

상처는 몸이 자기 자리를 기억하며 아물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것은 달랐어요. 저것은 몸이 낫는 것이 아니라, 부패가 생명을 흉내 내는 것 같았어요.

빛으로 밀어내도, 검으로 베어도, 일정하지 않은 피해는 다시 메워졌어요. 그런데 오크 하나가 모닥불을 밟았을 때, 이상한 일이 보였어요.

화상에는 고름이 나오지 않았어요.

불에 닿은 곳은 회복하지 않았어요.

에일린 언니가 먼저 알아차렸어요.

"불! 불로 공격하세요!"

저는 순간 손에 든 빛을 보았어요.

제 주문 이름에는 불꽃이 들어가지만, 빛은 열이 아니었어요. 빛은 태우지 못했어요.

저는 조금 억울했어요.

왜 플레임인데 불로 못 태우는 걸까요.

하지만 억울해할 시간은 없었어요. 에일린 언니는 날개를 펼쳐 뛰어오르고, 땅에 떨어진 횃불을 잡았어요. 횃불로 상처를 지지자, 초록빛 거품이 멈췄어요.

"화상을 입은 부분을 노려요 칼트!"

칼트는 포션병의 뚜껑을 이빨로 거의 부수듯 따고, 단숨에 마셨어요. 그리고 에일린 언니가 지진 곳을 향해 검을 휘둘렀어요.

그렇게 마지막 오크 뚱보는 쓰러졌어요.

우리는 불을 기억해야 했어요.

유르투르스의 오염을 받은 몸은 빛으로는 밀릴 수 있어도, 불로야 멈추는 것 같았어요.

그 사실은 나중에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사람을 태우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더 조심해서 기억해야 해요.

항복할 문

뚱보들이 쓰러진 뒤에도 도끼꾼 하나가 남아 있었어요.

그는 숲속에 숨어 있었어요. 도끼 하나만 들고, 공포에 질린 상태로요.

저는 새벽이 위에서 주변을 살폈어요. 숲의 어두운 곳에 귀와 도끼가 보였어요.

"칼트! 저기 저쪽. 구석에 있어요! 저기 도끼와 귀가 나와 있는 게 보여요."

도끼꾼과 눈이 마주쳤어요.

그는 들켰다는 듯 비명을 질렀어요.

"젠장!"

칼트는 낮게 으르렁거렸어요.

"거기... 있었구나."

그때 저는 말하려 했어요.

"여기서 항복한다면 죽이진..."

하지만 도끼꾼은 먼저 외쳤어요.

"그룸쉬를 위하여! 곱게 죽게 해다오!"

그리고 자기 목을 찍었어요.

저는 말을 삼켰어요.

항복이라는 말이 닿기도 전에, 그는 죽는 쪽을 골랐어요. 아니, 골랐다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가 쓰러지며 남긴 말은 더 이상했어요.

"하필 그룸쉬만 믿어서..."

저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차가워졌어요.

"그룸쉬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한 거잖아요. 죽기 싫었는데, 죽는 길밖에 없다고 믿게 만든 거잖아요."

칼트는 침을 뱉고 돌아섰어요.

저는 지상으로 내려오며 또 말했어요.

"항복할 문까지 막아놓고 신의 이름을 붙이면 안 돼요."

칼트는 "그런가? 신은 다양한데"라고 했어요.

그 말도 맞을지 몰라요.

신은 다양하고, 믿음도 다양해요. 하지만 어떤 믿음이 살아 돌아올 문을 막는다면, 저는 그것을 그냥 믿음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어요.

천사님

전투가 끝나고 나서야 델피 씨의 재갈을 풀 수 있었어요.

델피 씨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어요. 그 숨소리만으로도 저는 목이 메었어요. 숨은 너무 당연해서, 빼앗기기 전까지는 얼마나 큰 선물인지 잊어버려요.

에일린 언니가 저를 보고 웃었어요.

"고마워요 루미엘. 전투 중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저는 고개를 저었어요.

"칼트와 에일린 언니 덕분에 아무도 죽지 않았어요."

칼트는 델피 씨 쪽을 보지 않고 시체를 뒤지고 있었어요. 노골적으로 피하고 있었어요.

저는 델피 씨의 밧줄을 풀며 물었어요.

"몸이 많이 놀랐을 거예요. 배가 아프거나, 피가 나거나, 숨이 이상하면 바로 말해 주세요. 혼내려고 묻는 거 아니에요. 살피려고 묻는 거예요."

델피 씨는 숨을 후, 하고 들이쉬더니 에일린 언니를 보았어요.

"천사님? 천사님 맞죠? 저 읽었어요. 아자타라고!"

에일린 언니는 바로잡았어요.

"아닙니다. 저희는 건틀릿 기사단입니다."

그리고 조금 뒤 덧붙였어요.

"저는 아시마르입니다. 천사와는 다릅니다. 코볼트와 드래곤본이 다른 것처럼요."

저는 그 설명이 조금 귀여웠어요. 코볼트랑 드래곤본이라니, 이런 걸 콕 집어 바로잡는 게 에일린 언니다웠어요. 무서운 일을 막 지나왔는데도요. 그래도 저는 웃지 않았어요. 델피 씨는 정말로 에일린 언니가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처럼 보였던 것 같아요.

그럴 만도 했어요.

날개가 펼쳐지고, 묶인 사람이 공중에서 받아지고, 죽을 뻔한 순간을 지나왔으니까요.

델피 씨는 부푼 배를 쓰다듬었어요.

"행복이가 좀 놀랐나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흥분해서."

행복이.

저는 그 이름 앞에서 잠깐 멈췄어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이름이 있었어요.

그 아이는 델피 씨 안에서 이미 그냥 문제나 사건이나 위험이 아니었어요.

이름 있는 존재였어요.

저는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어요.

"괜찮아요? 아프거나 숨이 이상하다거나 하는 건 없나요?"

델피 씨는 그래도 못된 꼴 당하나 싶었는데, 얼마나 감사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저는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려다 조금 멈칫했어요.

'아빠'라는 말은 제 입에 잘 붙지 않아요.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는 말이거든요.

저에게도 아침 해님이 계시지만, 해님은 아빠와는 조금 달라요.

그래도 그 말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지는 알 것 같았어요.

"아빠... 가 걱정하고 계세요. 저희에게 부탁하신 거예요."

"아빠가요?"

델피 씨는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어요.

"그럴 사람이 아닌데. 뭐 꼬드김당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말했어요.

"자식을 걱정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말이 너무 쉽게 나온 말이라는 것을, 저는 나중에 조금 생각했어요. 세상에는 걱정하지 않는 부모도 있을지 몰라요. 걱정을 해도 다치게 말하는 부모도 있고, 사랑한다면서 문을 닫는 부모도 있어요.

하지만 그때 저는 반델프 아저씨가 여관 문 앞에서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몸 성히.

그 말은 거칠었지만, 분명 걱정이었어요.

델피 씨는 돈을 꺼내며 들켰나 보다고 했어요. 와인도 말했느냐고 물었어요. 날카로운 척했지만, 그 말 안에는 돌아가면 혼날 것을 미리 방어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저는 물었어요.

"함께 돌아가지 않으실래요?"

델피 씨는 결국 돌아가야겠다고 했어요.

그때만 해도 저는 여관에 가서 쉬고, 먹고, 산파에게 보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은 자꾸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아요.

분노는 델피 씨 것

델피 씨는 에일린 언니에게 무기를 빌려 달라고 했어요.

아니면 저놈들 도끼라도.

그 말의 뜻은 너무 분명했어요.

델피 씨는 오크들의 머리를 부수고 싶어 했어요.

저는 그 마음을 더럽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오크들이 한 일은 정말 나쁜 일이었고, 델피 씨가 화내는 것은 당연했어요.

에일린 언니는 조용히 거부했어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대가는 저희가 대신 받아냈습니다."

저도 델피 씨의 손을 잡았어요.

"분노는 델피 씨 거예요. 하지만 시체는 이제 길이 아니에요. 돌아가는 길을 잡아요."

그래도 델피 씨는 말했어요.

"제가 몹쓸 일 당할 뻔했다고요? 당하지 않아서 망정이지. 그럼 애가 어떻게 되었을지를 생각하면 그냥!"

그 말은 맞았어요.

저는 델피 씨의 분노를 작게 만들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어요.

"때리고 싶으면 나무를 때려요. 흙을 발로 차요. 제가 옆에 있을게요. 하지만 저 얼굴을 다시 보면서 그러지는 않았으면 해요."

칼트는 묵묵히 오크 시체의 머리를 걷어찼어요.

그는 중간중간 델피 씨를 흘끔 보았어요.

이렇게?

이거면 될까?

그런 시선처럼 보였어요.

저는 칼트도 그 순간 제대로 서 있지 못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는 델피 씨의 분노를 대신 받아 주려는 것 같기도 했고, 자기 안의 무언가를 부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에일린 언니가 그만하라고 했고, 저도 말했어요.

"칼트도 이제 그만 시체를 더 모독하지 않으면 해요."

칼트는 시무룩해져서 "네"라고 했어요.

그때 핏빛 시신 근처에서 무언가가 움찔거렸어요.

아기 주먹만 한 초록색 덩어리.

칼트가 집어 들자 손가락이 저릿해졌어요.

오크 코딱지 맛

델피 씨는 제가 배고프지 않느냐고 묻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어요.

"배고팠어요! 뭔 이상하고 초록색 끔찍한 주먹만한 걸 억지로 넣어서 속이 다 뒤틀렸거든요."

칼트가 방금 집은 것을 보여 주었어요.

"이거?"

"네, 저거요."

델피 씨는 그것을 먹고 몸이 베베 꼬여서 토하려 했다고 했어요.

"진짜 오크 코딱지 맛이었다니까요."

오크 코딱지가 무슨 맛인지 저는 잘 몰라요. 그래도 상상하니까 저도 모르게 코를 찡그렸어요. 분명 좋은 맛은 아닐 거예요.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델피 씨가 이상하게 더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이 꼭 조용하고 깨끗한 말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욕을 하고, 이상한 비유를 하고, 화를 내고, 굿베리를 맛있다고 할 수도 있어요.

저는 굿베리를 하나 주었어요.

"저 딸기를 먹으면 그래도 괜찮아질 거예요."

델피 씨는 굿베리를 먹고 화색이 돌았어요.

"맛있어요!"

그 짧은 말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칼트는 델피 씨의 상태를 보려다가 멈췄어요. 델피 씨가 남자가 그렇게 보면 부끄럽다고 하자, 한 걸음 물러났어요. 저는 제 겉옷을 벗어 델피 씨에게 입혔어요.

입안에는 점액질이 조금 묻어 있었고, 산에 데인 듯한 흔적이 있었어요. 눈은 충혈되어 있었지만, 당장 이상하게 변한 것은 보이지 않았어요.

저는 물었어요.

"배가 아파요? 피가 나요? 물처럼 흐르는 게 있어요? 아이가 움직이는 느낌은 있어요?"

델피 씨는 배가 조금 아프고, 약간 새는 것 같지만 애 나올 징조는 아니라고 했어요.

저는 먹은 것이 의심되니 토하게 하겠다고 했어요.

"죄송해요. 조금은 괴로울지도 몰라요."

델피 씨는 거부했어요.

"싫어요! 먹은 지 두 시간은 너끈히 되었는데. 그러다가 애 잘못된단 말이에요."

저는 그때 더 설득하려 했어요.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면 그게 더 큰일이잖아요."

지금 돌아보면,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위험했어요.

저는 델피 씨를 살피고 싶었어요. 하지만 살피고 싶다는 이유로 델피 씨의 싫다는 말을 너무 빨리 밀어내려 했어요. 오크들이 한 일과 닮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급하면 사람은 자기가 싫어하는 모양을 닮을 수 있어요.

결국 델피 씨는 굿베리 진액과 위액만 토했어요. 더 해도 효과가 없어 보였어요.

저는 성수를 손에 뿌려 델피 씨의 이마와 손, 배 주변에 발라 주며 기도했어요.

"이마에는 무서운 기억이 너무 깊이 박히지 않게 해주세요. 손에는 다시 잡고 싶은 것을 고를 힘을 주세요. 배에는 빼앗는 말이 아니라 지키는 빛이 머물게 해주세요."

그때 천옷이 젖었어요.

양수가 조금 나온 것 같았어요.

칼트는 냄새를 맡고 굳었어요.

"아이. 오염."

"칼트. 뭐라고요? 정말이에요?"

"물에서 냄새나."

그 말이 방금 전 오크의 도끼보다 더 차갑게 제 안으로 들어왔어요.

성수

칼트는 오염 덩어리에 성수를 뿌렸어요.

한두 방울.

그러자 초록 덩어리가 녹았어요.

성수와 비슷한 비율로 사라졌어요.

칼트가 외쳤어요.

"성수에 녹는다!"

에일린 언니가 말했어요.

"성수를 델피 씨에게 먹여주세요!"

칼트는 황급히 성수를 내밀었어요.

"마셔!"

델피 씨는 피로에 절은 눈으로 성수를 보았어요.

저도 말했어요.

"이건 성수예요. 독을 중화시켜 줄 거예요."

델피 씨는 한 모금만 먼저 마시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곧 정신없이 토했어요.

뱃속의 아이가 거부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저는 등을 두드리며 기도문을 읊었어요. 그런데 델피 씨가 소리쳤어요.

"저! 저 마시기 싫어요! 지금 애가 발버둥치잖아!"

저는 그때 말했어요.

"그게 효과가 있다는 의미예요!"

그 말을 쓴 지금, 손이 조금 멈춰요.

저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성수에 오염이 반응했고, 델피 씨의 몸 안에서도 무언가가 반응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델피 씨에게 그 말은 어떻게 들렸을까요.

아프다.

싫다.

아이가 발버둥친다.

그 말에 제가 효과라고 답한 거예요.

선의는 때때로 너무 무서워요.

선의는 자기 얼굴이 밝다고 믿어서, 상대의 공포를 늦게 알아볼 때가 있어요.

델피 씨는 바닥을 기며 물러났어요.

"먹기 싫다고요! 나와! 나오..."

칼트는 홀드 퍼슨을 걸었어요. 델피 씨는 아주 미약하게 멈췄지만, 입과 몸을 조금 움직일 수 있었어요.

칼트가 물었어요.

"대장님. 붙잡고 먹일까요?"

델피 씨가 욕을 섞어 소리쳤어요.

아이가 싫다잖아.

그 말 앞에서 저는 힐러 키트를 집어 넣었어요.

기록에도 없는 일이었어요. 임산부가 유르투르스의 오염을 먹고, 성수를 마셨을 때 어떻게 되는지. 기사단에 그런 기록은 없었어요. 혹은 있어도 저에게 닿지 않았어요.

저는 말했어요.

"빨리 돌아가서 쉬어야 해요. 여기 있는 것보다 의사의 진찰이 필요해요."

의사.

하지만 여관에 의사는 없었어요.

그래도 그때는 여관이 숲보다 나았어요.

배를 보고 웃은 자

델피 씨는 말했어요.

"차라리 오크 대장이 낫다! 걘 나 구하기라도 했지."

에일린 언니가 눈을 되찾듯 고개를 들었어요.

"오크 대장이 구했다? 무슨 말씀이시죠?"

델피 씨는 말했어요.

오크들은 그 맛없는 것을 먹이고 재갈을 물린 뒤, 시간이 지나자 가위바위보를 했다고 해요. 순서를 정하자고요.

이긴 오크가 델피 씨를 범하려던 바로 그때, 애꾸눈 오크가 나왔어요.

그는 델피 씨를 범하려던 오크를 찢었어요.

그리고 델피 씨도 죽이려 했어요.

목을 졸랐다고 했어요.

그런데 배를 보고 웃었어요.

그리고 내려놓고 떠났어요.

저는 그 말을 듣고 바르그의 붉은 안개를 떠올렸어요.

그는 델피 씨를 구한 것이 아니었을 수 있어요.

델피 씨를 살려 둔 이유가 델피 씨 때문이 아니라, 행복이 때문일 수 있어요.

칼트가 말했어요.

"아이. 아마도 오크?로 태어날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 뒤,

"괴물."

델피 씨의 얼굴이 바뀌었어요.

"뭐?"

저는 바로 말했어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확정하려 하지 말아요, 칼트."

칼트는 멈추지 않았어요.

"양수에서 냄새가 난다. 바르그의 행동도 그렇고."

에일린 언니가 외쳤어요.

"칼트! 조용히 하세요!"

델피 씨는 나무몽둥이를 들고 칼트를 내리쳤어요. 칼트는 피하지 않으면 머리에서 피가 날 정도였지만, 손으로 몽둥이를 잡고 악력으로 부쉈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괴물. 괴물은... 죽어야 해."

그 다음 말은 더 나빴어요.

"더러운 피는 없애야 해."

에일린 언니의 눈에서 빛이 터질 듯했어요.

"그만! 조용히! 조용히 하세요!"

하지만 칼트는 한 발짝 더 다가갔어요. 델피 씨는 뒤로 물러나 새벽이에 타려 했고, 임산부라 쉽지 않았어요. 칼트가 붙잡았어요.

저는 칼트의 뺨을 때렸어요.

"정신 차려요 칼트!"

손목이 바로 시큰거렸어요.

칼트는 붙잡은 상태로 맞고 멍해졌어요.

"왜?"

그리고 말했어요.

"더러운 피는. 죽여서 없애야 한다고. 다들 그랬는데."

그 말은 델피 씨에게 하는 말이면서,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어요.

저는 그제야 칼트가 정말로 어디를 보고 있는지 조금 알 것 같았어요. 델피 씨의 배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자기 어머니, 자기 아버지, 자기 이름, 자기 피를 같이 보고 있었어요.

그래도 멈춰야 했어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아침 해님이 그렇게 두지 않을 거라고요."

델피 씨는 소리쳤어요.

"놔! 놔! 놓으라고!"

저는 칼트에게서 델피 씨를 떼어내고, 새벽이 위로 오르는 것을 도왔어요. 칼트가 멍해진 덕분에 가능했어요.

"에일린 언니. 죄송해요. 먼저 돌아갈게요."

델피 씨가 외쳤어요.

"당장... 당장 도망가요! 저 괴물로부터!"

괴물.

그 말이 다시 방 안에, 아니 숲 안에 남았어요.

누가 괴물인지 정하는 말은 너무 쉽게 튀어나와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요.

에일린 언니가 명령했어요.

"기사단! 명령을 내립니다! 전원 복귀! 주둔지로... 여관으로 당장 복귀합니다!"

칼트는 긁듯이 자기 몸을 만지며 중얼거렸어요.

"더러운 건... 불태워야..."

그러다 명령을 듣고 멈췄어요.

그는 기억나는 순간부터 항상 군인이었기 때문에, 명령에는 복종했어요.

저는 손목이 시큰거리고 손바닥이 아픈 채로 새벽이의 고삐를 잡았어요.

"델피 씨. 진정해요. 제가 안전하게 데려다 드릴게요."

그리고 달렸어요.

여관의 밤

저와 새벽이는 델피 씨를 데리고 먼저 여관에 도착했어요.

밤 여덟 시쯤이었어요.

"마브리! 마일! 델피 씨와 함께 돌아왔어요! 어서 안으로 데려가 주세요."

마브리는 오크 머리통 하나를 들고 있었어요.

"넵! 그리고 저 오크 한 마리 해치웠습니다!"

평소라면 놀라고, 다친 곳은 없는지 묻고, 잘했다고 칭찬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때는 델피 씨가 먼저였어요.

"마브리 훌륭해요. 나중에 얼마든지 칭찬해 드릴 테니까요. 지금은 임산부의 몸이 더 중요해요."

마일은 델피 씨를 안으로 모셨어요.

반델프 아저씨는 뭔가 말하려 했어요.

그리고 곧 알아차렸어요.

"임신. 맞지?"

에일린 언니가 맞다고 했어요.

저는 말했어요.

"네. 그러니까 조용히 하고 계세요."

말이 너무 세게 나갔어요. 그래도 그 순간에는 반델프 아저씨가 딸에게 먼저 화내러 가는 것을 막아야 했어요.

아저씨는 "아이고 저걸 그냥!" 하며 델피 씨에게 가려 했고, 에일린 언니가 손을 붙잡아 막았어요.

저는 주방으로 갔어요.

기름진 음식은 안 돼요.

술도 안 돼요.

향이 강한 허브도 피해야 해요.

몸이 놀라지 않게 닭고기나 흰살 생선을 조금 넣은 묽은 죽. 소금은 아주 조금. 꿀물도 아주 묽게.

저는 그렇게 준비했어요.

델피 씨는 한두 숟가락을 먹었어요.

그리고 물었어요.

"그 거인은 여기 없죠?"

"있어도 제가 접근하지 못하게 막을게요."

"그게 가능해요? 제 아일 죽이려 했어요!"

저는 대답했어요.

"네. 아무리 그래도 제 앞에서 아이를 죽이지는 못해요."

그때 밖에서는 칼트가 아직도 저것은 괴물이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에일린 언니가 명령으로 입을 닫게 했고, 반델프 아저씨도 델피가 괴물이라는 말은 용서 못한다고 했어요.

저는 델피 씨에게 말했어요.

"델피 씨 아기를 죽이려면 저부터 죽여야 할 테니까요."

그 말은 너무 세고, 어쩌면 너무 어린 말이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때 제 안에서는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한 숟가락 더

마일이 산파 노파를 데리러 간 사이, 델피 씨는 수프를 몇 번 떠먹었어요.

따뜻한 국이 뱃속으로 들어갔고, 식탁보에 눈물이 떨어졌어요.

긴장이 풀린 얼굴이었어요.

저는 말했어요.

"괜찮아요. 태어날 아기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어요. 죄가 없는 생명을 죽이겠다는 건 아침 햇님을 모시는 저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에요. 제가 지켜보는 동안은 절대로 하지 못할 일이에요."

델피 씨는 저를 보았어요.

"아침의 군주를 모시는 거라고 하셨죠. 생명의 수호자."

그리고 무릎을 꿇었어요.

"루미엘님이라고 들었어요. 제발. 제발... 제 뱃속 아이는 꼭 지켜주시길."

그 순간 저는 너무 무거운 것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다 할 수 없어요.

저는 아직 작고, 모르는 것이 많고, 오늘만 해도 성수의 반응을 보고 델피 씨의 공포를 충분히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제가 다 할 수 있다고 거짓말하진 않을게요. 하지만 혼자 두진 않을게요. 무서운 말이 오면 막고, 아픈 일이 오면 살피고,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부를게요. 델피 씨, 아이만이 아니에요. 델피 씨도 같이 지킬 거예요. 그러니까 한 숟가락만 더 먹어요. 아이를 위해서만 말고, 델피 씨를 위해서요."

델피 씨는 한 숟가락 더 먹었어요.

"맛있어요... 이게 뭐라고."

그리고 울듯이 말했어요.

"애가 위험한데 난 이거 먹는다고 맛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고개를 저었어요.

"제가 모시는 분은 새벽의 신이에요. 아침을 맞이하는 신이에요. 아직 뜨지도 않은 아침을, 어둡겠다고 미리 죽이는 건... 저는 못 해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정말 괜찮은지는 몰랐어요.

하지만 그 순간 델피 씨에게 필요했던 것은 완벽한 답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마일이 노크했어요.

에일린 언니가 회의하자고 부른다고 했어요.

저는 마일에게 부탁했어요.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 아무도 여기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옆에서 지켜 주세요."

마일은 약속했어요.

저는 방 밖으로 나갔어요.

긴장한 사람들이 보였어요.

모두가 델피 씨의 처우를 논하려 하고 있었어요.

델피 씨는 방 안에 있었어요.

그런데 델피 씨의 삶이 문밖에서 결정되려 하고 있었어요.

문밖에서 정하지 않기

에일린 언니는 처음에는 델피 씨를 기사단 본부로 이송하려 했어요.

그 전에 산파 노파의 진단을 받기로 했어요.

노파는 델피 씨를 살펴보고 이상하다고 했어요.

"원래는 회임한 지 여섯 달 정도였는데, 갑자기 크게 성장한 것 같다."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기겁할 정도라고 했어요.

저는 오크의 임신 기간을 떠올려 보았어요. 오크도 인간과 비슷하거나 한 달 정도 빠른 정도라고 알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이것은 오크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어요.

먹은 것.

유르투르스의 오염.

그것이 촉매처럼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기사단 본부까지는 빠르게 가도 일주일. 임산부와 함께라면 더 오래 걸릴 거예요.

노파는 그 전에 나올 것 같다고 했어요.

저는 말했어요.

"에일린 언니, 기사단으로 보내는 건 출산 뒤에 다시 생각해요. 지금 움직이면 길에서 낳게 될 수도 있어요."

칼트는 물었어요.

"출산을 앞당길 수도 있나."

노파는 위험한 방법들을 말했어요. 배를 가르고 치유의 포션을 마구 먹이는 방법. 매우 위험하고, 잘 되더라도 다시는 아이를 가질 몸이 안 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약초를 달여 먹이는 방법.

저는 물었어요.

"그건 낙태를 하자는 건가요?"

노파는 말했어요.

"아침의 햇볕은 속일 수가 없군요."

저는 그 말이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어요.

밝은 말은 숨겨진 것을 드러내요. 하지만 드러난 것을 우리가 어떻게 부를지는 여전히 우리 몫이에요.

"아침의 햇빛은 속일 수 없다고 하셨죠. 그럼 더더욱, 무서워서 생명을 줄이는 말을 빛이라고 부르면 안 돼요."

칼트는 씹어뱉듯 말했어요.

"약초를 달여 먹여서 빨리 나오게 하면, 그게 정말로 정상적인 아이라면 충분히 살아 있겠지. 괴물이 나온다면 내가 쳐죽일 테고."

저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저만의 고집일지도 모르고, 제가 생각하는 게 틀린 것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직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어린 생명을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죽인다는 건 절대로 제가 용납할 수 없어요."

에일린 언니가 칼트의 이름을 강하게 불렀어요.

칼트는 자기 성을 정정했어요.

마우그블로드.

나쁜 피, 더러운 피.

저는 그 뜻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 말이 칼트의 목 안쪽을 긁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어요.

저는 말했어요.

"델피 씨 없는 곳에서 델피 씨 몸을 어떻게 할지 정하면 안 돼요."

칼트는 빈정거렸어요.

"안정? 오염을 억제? 도움? 혹시 고위 사제님이라도 되십니까?"

"고위 사제는 아니지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사형 선고를 내릴 사람도 아니에요."

제 목소리는 평소보다 단호했어요.

"제가 작아서 못 하는 일이 많아도,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모르는 건 아니에요."

그 말은 제 신앙의 선이었어요.

저는 포로를 죽이는 일에도 입을 다물어야 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것은 달랐어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오크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죽이는 것은 제 안에서 절대로 넘어갈 수 없는 선이었어요.

반델프 아저씨는 딸 몸만 성하면 된다고 했어요.

저는 너무 고자세로 말했어요.

"아저씨가 딸 걱정하는 건 알아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요. 아저씨가 지키려는 델피 씨는 몸만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몸만 살리면 끝나는 일이면, 밥이 아니라 약만 있으면 됐겠죠. 사람은 그렇게 안 살아나요."

아저씨는 어린 게 쫑알쫑알한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제가 너무 높은 곳에서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힘을 조금 빼고 다시 말했어요.

"아저씨, 지금 델피 씨에게 제일 필요한 건 혼나는 말도, 결정을 대신하는 말도 아니에요. '살아와서 다행이다'는 말이에요. 먼저 그 말부터 해주세요."

반델프 아저씨는 겨우 말했어요.

"알았어... 살아와서 다행이야."

저는 말했어요.

"본인에게 직접 해 주셔야죠. 다른 말은 꺼내지 말고요."

말은 닿아야 할 사람에게 가야 해요.

그 말을 저는 이번에도 배웠어요.

더러운 피는 없다

칼트는 산파에게 확인했어요.

약초를 먹였을 때, 저쯤 큰 아이라면 나와서 살아 있느냐고.

노파는 보통은 그랬다고 했어요. 몸이 약한 아이들은 명을 달리하는 일이 있었지만, 건장한 아이라면 별 무리 없었다고요.

칼트는 말했어요.

"그 이상은 나도 양보 못 해. 루미엘. 저 뱃속의 것. 누가 봐도 건강하잖아?"

저는 말했어요.

"칼트가 그런 생각을 왜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칼트는 살아남았고, 그래서 더 무서운 거잖아요. 그런데 델피 씨 아이가 칼트 아저씨 과거의 대답이 되면 안 돼요."

그리고 다시 말했어요.

"건강하다고 장담 못 해요. 저도 몰라요. 하지만 모른다는 말이 곧 죽여도 된다는 말은 아니에요."

칼트는 물었어요.

"그래서 괴물이면 어쩔 건데? 우리가 없을 때 괴물이 튀어나와서 여기 있는 사람 죄다 죽여 버리면 어쩔 거냐고?"

그 두려움도 거짓은 아니었어요.

위험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말과, 태어나기도 전에 죄를 정해도 된다는 말은 같지 않아요.

마브리가 크게 외쳤어요.

감정이 격해져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명령권자로서 명령을 내려 달라고.

에일린 언니가 조용히 말했어요.

"전원 조용히."

정말로 모두가 조용해졌어요.

에일린 언니는 결정했어요.

델피 씨 본인과 가족에게 최종 결정권을 주겠다고 했어요. 이곳에서 출산하게 할지, 야외 출산의 위험을 감당하고 기사단으로 이송할지.

다만 기사단은 산모와 아이의 생명을 귀하게 생각해 달라고 권유한다고 했어요.

저는 말했어요.

"감사해요, 에일린 언니. 델피 씨가 자기 몸을 두고 말할 수 있게 해 주셔서요."

그리고 에일린 언니는 칼트에게 말했어요.

그때 언니의 말투는 평소의 딱딱한 군인 말투가 아니었어요. 고아원의 동생들에게 말하던 누나의 말투처럼 들렸어요.

"더러운 피는 없어. 사람의 가치는 태어나자마자 결정되는 것이 아니야."

칼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에일린 언니는 계속 말했어요.

"아이가 인간으로 태어나든, 오크로 태어나든 생명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아. 태어남으로 값이 매겨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괴물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야.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줘야 해."

에일린 언니의 빛나는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어요.

저는 그 말을 들으며 제가 하고 싶었지만 잘하지 못한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칼트를 때렸어요.

에일린 언니는 칼트에게 말을 주었어요.

둘 다 멈추게 하려는 일이었지만, 같지는 않았어요.

저는 말했어요.

"에일린 언니 말이... 제가 하고 싶었는데 잘 못한 말이에요. 오늘은 누가 괴물인지 정하는 날이 아니라, 아무도 괴물로 태어나지 않게 지키는 날이면 좋겠어요."

아버지가 할 일

반델프 아저씨는 물었어요.

오크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느냐고.

에일린 언니는 증거는 없지만 바르그의 행동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고 했어요. 양수에서 나는 냄새도 있었어요.

반델프 아저씨는 선택권을 준 것에 고맙다고 했어요.

딸을 아낀다는 건 진심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거친 말을 덧붙였어요.

저는 그 말을 정정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에는 삼켰어요.

아저씨는 결국 말했어요.

"약초를 먹여서 여기서 낳는 걸로 할게."

그리고 이것이 아비로서 해 줄 수 있는 방법인 것이 아쉽다고 했어요.

저는 말했어요.

"반델프 아저씨, 그게 아버지로서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아니에요. 약초를 먹이게 되더라도, 델피 씨가 혼자 아프게 두지 않는 것도 아버지가 할 일이에요. 손을 잡아 주는 것, 물을 데워 주는 것, 나중에 원망을 들어 주는 것도요."

저는 숨을 고르고 덧붙였어요.

"델피 씨가 고른 거라면 존중할게요. 하지만 그 선택이 무서워서 혼자 고른 게 아니게 해 주세요. '어떤 선택을 해도 내 딸이다'라는 말을 먼저 해 주세요."

이것이 제가 그날 밤 마지막까지 붙잡고 싶었던 말이에요.

선택.

돌아올 문.

더러운 피는 없다는 말.

아직 뜨지 않은 아침을, 어둡겠다고 미리 죽이지 않는 일.

아직 델피 씨가 직접 모든 설명을 듣고 동의한 것은 아니에요.

아직 행복이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도 몰라요.

아직 유르투르스의 오염이 어디까지 닿았는지도, 바르그가 왜 배를 보고 웃었는지도, 그룸쉬의 금제를 어떻게 피했는지도 몰라요.

저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요.

오늘 제가 잘못한 것도 있어요.

성수가 반응하자 델피 씨의 공포를 충분히 보지 못했어요.

토하게 하려는 제 손이 너무 빨랐어요.

칼트를 때린 손목은 아직 아파요. 칼트를 멈춰야 했던 것은 맞지만, 때리는 손이 먼저 나간 것이 정말 옳았는지는 계속 생각해야 해요.

그래도 제가 양보할 수 없는 것도 있어요.

행복이라는 이름은 이미 불렸어요.

그 이름을 들은 이상, 저는 그 아이를 오염이나 위험이나 괴물이라는 말만으로 부를 수 없어요.

위험하면 막아야 해요.

하지만 태어난 것만으로 죄를 정하면 안 돼요.

밤이 깊어졌어요.

여관 안에는 물 데우는 소리, 천을 접는 소리, 누군가 조용히 우는 소리, 칼트가 멀리서 자기 안쪽의 이름과 싸우는 소리가 있었어요.

저는 죽을 식히고, 성수병을 다시 확인하고, 손목을 문질렀어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행복이의 이름을 불렀어요.

행복아.

네가 어떤 모습으로 오든, 먼저 죽음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게 해 줄게.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거짓말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혼자 두지는 않을게.

저는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어요.